이춘 2022. 7. 22. 20:35

공연장과 공연기획

공연장과 공연기획
공연장과 공연기획

공연 기획의 의의와 유형에 대해 살펴보고 공연 기획자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연 기획이란 공연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공연자와 공연장을 선정하고 그 내용을 구성해서 하나의 예술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유사한 영어 표현으로는 프로그래밍(Programming)과 프로듀싱(Producing)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프로그래밍(Programming)은 공연장이나 공연 단체 등에서 주어져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콘서트나 연극, 무용과 같은 구체적인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에 프로듀싱(Producing)은 좀 더 폭넓은 의미인데요. 프로그래밍(Programming)을 포함해서 제작비를 마련하고 공연장과 공연 단체를 섭외하고 공연 아이디어 구상에서 작품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프로그래밍(Programming)은 협의의 공연 기획을, 프로듀싱(Producing)은 광의의 공연 기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프로듀싱(Producing)이란 용어는 과거에는 음반 제작이나 상업 공연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연극, 무용과 같은 공연 예술 전반으로 확산돼서 공연 기획을 대체하는 용어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프로덕션(Production)은 프로듀싱(Producing)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공연이나 방송 프로그램 기획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제작사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요. 프로모션(Promotion)은 공연 프로그램이 확정된 후에 이어지는 마케팅과 홍보, 흥행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공연 기획

사실상 공연 기획이라고 하는 것은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연, 즉 퍼포먼스(Performance)를 그 대상으로 합니다. 크게 음악, 연극, 무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음악 안에서도 클래식 음악, 국악, 대중음악이 저마다 별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즈와 월드 뮤직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음악과 연극이 결합된 형태의 오페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성합니다. 연극의 경우에는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발전한 뮤지컬, 악극, 넌버벌 퍼포먼스 등이 각각의 시장을 형성해 왔습니다. 무용은 발레와 현대 무용, 혹은 컨템퍼러리 댄스 시장으로 구분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 무용을 별도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한국 무용 안에서도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수 무용과 현대적 안무와 결합한 창작 무용을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연을 위한 무대는 전통적으로 극장(Theater)이었습니다. 하지만 극장이라고 하면 연극, 무용 분야만 포괄하고 음악이 연주되는 콘서트홀의 의미가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공연장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무대는 실내 무대뿐만이 아니라 야외무대도 포함합니다. 더 나아가 물리적 형태의 무대가 없이 그냥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나 거리가 공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연 기획은 무대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퍼포먼스와 이벤트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 기획의 유형은 크게 상설 공연, 기획 공연, 시즌 공연, 순회공연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상설 공연이란 공연장이나 공연 단체에서 정형화된 프로그램으로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상설 공연이라고 해서 매일 공연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공연을 반복하는 것도 상설 공연이라고 할 수 있고요. 기획자 입장에서는 상설 공연을 함으로써 공연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중,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케팅과 관객 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유사한 형식의 공연이 반복됨에 따라 공연의 품질이나 내용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 없이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획 공연은 상설 공연과는 달리 새로운 작품이나 특정한 공연장을 내세워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일주일 내에 단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요.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도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서 단위 작품에 투입하는 예산은 상설 공연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서 새로운 공연을 홍보하고 관객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관객 확보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상업적인 영향력이 검증된 스타급 예술가를 캐스팅하거나 널리 알려진 예술 단체를 초청하기도 합니다. 시즌 공연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공연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온 방식입니다. 1년을 하나의 시즌으로 구성해서 시즌 내에 진행할 수 있는 공연을 사전에 구성하고 발표하는 형식입니다. 서구의 대부분의 공연장은 한 시즌을 매년 9월에 시작해서 다음 해 6월에 마무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회계연도에 맞춰서 1월부터 12월까지 구성하기도 합니다. 시즌 공연은 단순히 1년간의 계획을 앞서 발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시즌 공연을 구성하는 각각의 프로그래밍(Programming)을 통해서 해당 공연장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즌 공연을 통해서 공연장의 기획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서 마케팅과 관객 개발 측면에서 굉장히 이점이 많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공연 기획 유형 중 마지막 순회공연은 예술 조직이 주 활동 조직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의 공연장을 돌며 공연을 하는 것입니다. 순회공연의 이유는 장르마다 다릅니다. 대중음악의 경우에는 새로운 음반 발매에 맞춰서 홍보를 위해 순회공연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성해서 세계의 중요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정 기간 순회 연주를 하게 됩니다. 연극이나 무용 분야에서는 에든버러(Edinburgh)나 아비뇽(Avignon)과 같이 해외에서 매년 열리는 대규모 페스티벌이나 공연 예술 마켓을 통해서 다른 지역의 공연장을 섭외해서 순회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이미 국제적인 지명도를 확보한 극단이나 무용단의 경우에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전에 여러 공연장이나 페스티벌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고 공동 제작의 형태로 작품을 제작한 후에 1, 2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서 순회공연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뮤지컬을 비롯한 상업 연극 분야에서는 한 지역에서 대중적 성공으로 상업성이 검증이 된다면 이 작품을 다른 지역 관객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다른 지역, 현지 마케터 혹은 프로모터를 중심으로 순회공연을 조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공연 기획의 제약 조건

다음으로 공연 기획의 제약 조건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비용 질병의 문제가 있는데요. 공연 상품은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 발전과 자본 투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에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공연 예술은 다른 산업처럼 생산성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수공업적인 생산을 반복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더욱이 관객 없이 과잉 생산된 공연 상품은 일반 상품처럼 재고 상품처럼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는 순간 그 가치가 100% 사라지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면에서 공연 예술은 영화와 같이 음원처럼 복제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다른 문화산업과 대비를 이루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를 벗어나 시장을 넓히고 산업적 성장을 이루는 사례가 바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뮤지컬은 표준화된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반복해서 공연을 할 수 있고 장기 공연과 순회공연을 함으로써 시공간의 제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동시에 여러 공연장에서 같은 품질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러 공연팀이 세계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면서 공연하거나 같은 시기에 여러 지역에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연 기획이 맞닥뜨리는 또 다른 제약은 시장의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일반 상품의 경우에도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기 전까지는 판매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연 상품은 첫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더 예측하기 힘듭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관객과 만나서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어야만 작품이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관객의 정서적 반응까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공연 상품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연 기획자의 역할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관객 분석에 기초한 기획, 그리고 마케팅으로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연 기획자는 예술 조직에서 공연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공연 기획자의 역할은 예술가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공연 기획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대본을 정하고 작품을 정하고 연출가와 배우를 섭외하고 공연장과 제작비를 마련해서 궁극적으로는 관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예술가가 작가의 내적인 세계에 따라 창작을 해나가는 데 반해서 공연 기획자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계산과 예측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이게 됩니다. 또한 공연 기획자는 예술적인 성과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성과가 함께 달성해야 하는데요. 바로 이러한 점이 공연 기획자와 예술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공연 기획자의 기본적인 역할은 이 공연 작품을 통해서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연 기획자는 출연 예술과 기술 스텝을 섭외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합니다. 공연 기획자는 오랜 시간 다양한 자원을 투입해서 만들어진 공연이 관객으로 가득 찬 객석 앞에 펼쳐질 수 있도록 관객 개발을 하고 마케팅을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요. 이러한 마케팅과 홍보는 전적으로 공연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