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의 의의와 유형(상설전시, 기획전시, 순회 전시, 휴대용 전시, 이동식 전시)
전시 기획의 의의에 대해서 살펴보고 전시 유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물관학자 조지 엘리스 버코(George Ellis Burcaw)는 단순히 관람객의 흥미와 관심에 맞춰서 오브제를 배치하며 보여주는 진열, 디스플레이와 달리 전시란 그 오브제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기획자의 의도와 해석을 더해서 관람객과 함께 이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브제란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과 전시의 대상이 되는 모든 형태의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물질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전시 기획자는 단순히 어떤 오브제를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특정한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물관, 미술관의 주요 기능은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과 같이 크게 5가지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전시는 전시를 제외한 나머지 수집, 보존, 연구, 교육이라는 4가지 기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연구와는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소장품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미술관의 전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시란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관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후에 관람객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람객은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는 오브제를 보면서 새로운 정보도 얻고 미학적으로도 즐기게 되는데요. 어떤 오브제가 전시 공간에 놓여서 그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전시 기획자의 오랜 시간 동안의 연구와 조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공연상에서 관객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어떤 실연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공연 기획과 마찬가지로 전시 기획 역시 하나의 전시가, 하나의 작품이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과 만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과 함께 학예사라고 할 수 있는 전시 기획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인데요.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큰 전시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는 미술 작가가 개별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시 기획자가 각각의 전시 오브제를 총괄해서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 상품, 전시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 수 있겠죠.
상설전시와 기획전시
그렇다면 이번에는 전시 유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상설전시와 기획전시에 대한 설명입니다. 상설전시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시입니다. 특정한 전시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간의 제한 없이 그 전시 공간, 미술관을 찾으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런 전시를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상설전시는 해당 미술관을 대표하는 전시 상품이 되기도 하고요. 미술관의 브랜드를 형성하기도 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술관에서도 이러한 상설전시를 몇 년을 주기로 해서 다른 소장품과 교체해서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오랜 기간 상설전시가 지속되는 경우에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 미술관이 굉장히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결국 미술관은 관람객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지게 되고 결국 관람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근래에는 상설전시를 주기적으로 교체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이 상설전시를 교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 이 소장품에 대해서 연구하는 연구 인력과 더불어 일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획 인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시를 개편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재정 자원이 확보된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설전시의 전시 상품이 희귀하거나 아니면 세계에서 유일한 전시품일 경우에 상설전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지 않더라도 다른 미술관으로부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요. 상설전시 그 자체로 지속적인 관람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그러한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설전시와는 달리 기획전시는 일정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 주제에 따라 전시물과 전시 공간을 구성한 다음 일정 기간 동안 전시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기획전시는 상설전시와 달리 매번 새로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기획전시는 소장품과는 상관없이 시의적절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고 이에 맞는 전시 내용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 개발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기획전시는 미술관의 전시 기획자들이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장품이나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서 때로는 외부 역량을 활용해서 전시를 하기도 합니다. 전시 규모가 큰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블록버스터형 전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는 미술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전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요. 또 다른 한편으로 미술관이 임대업자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올 수 있어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순회 전시
다음은 순회 전시입니다. 순회 전시는 마치 공연 단체가 그 단체의 주 활동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순회 전시를 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관람객에게도 해당 전시와 전시품을 소개할 수 있죠. 이를 통해서 박물관, 미술관의 지명도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회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전시 관련 비용 절감입니다. 즉 같은 전시 내용으로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함으로써 전시를 하는 기관들이 함께 그 비용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본 연구 비용뿐만이 아니라 도록 제작과 같은 홍보 제작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고요. 현재 규모가 작은 미술관은 소장품이 충분하지 않고 전문 인력의 한계로 인해서 자체적인 기획전시를 개최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국공립 미술관과 같은 규모가 큰 미술관과 연계를 해서 순회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전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전시와 이동식 전시
다음으로는 최근 많이 활용되는 전시 유형입니다. 휴대용 전시와 이동식 전시인데요. 두 전시는 유사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휴대용 전시는 특정 장소에 전시품을 이동하여 전시하고 다시 원래의 장소로 전시품을 가져오는 전시를 이야기하는데요. 순회 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순회 전시와는 달리 아주 작은 규모로 진행이 되고 보통은 전시 전문 공간이 아니라 지하철 역사와 같이 이동 인구가 많은 공공장소를 활용해서 전시를 하거나 아니면 지역 축제, 큰 컨벤션 행사와 같은 부대 행사로 진행이 됩니다. 이동식 전시는 휴대용 전시와 비슷하지만 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이 하나의 전시장이 되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특별히 개조한 버스에 전시품을 싣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전시를 하러 찾아가는 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휴대용 전시와 이동식 전시는 전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전시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서 전시 디자인 연출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고 전시하는 작품의 종류나 매체의 구현 방식에 있어서도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또한 보관과 이동의 안전 관리 문제를 유념해서 작품 선별을 해야 하는데요. 더불어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전시를 알리고 또 이러한 전시에 대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연계 프로그램의 기획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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